'우숨터가 사랑한...

by 관리자 posted Jun 15, 2015 Views 697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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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jpg


'우숨터가 사랑한 책' 두번째 소개입니다~~^^;;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지요? 아이들은 모두 실패한다"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화 해 놓은 상태에서,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분석적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투이니.. ㅎㅎㅎ 읽기 전부터 호기심 반, 두려움 반 가슴이 쿵쾅거렸던 책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엄청난 배움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 근대적 학교시스템 안으로 편입됨과 동시에 배움의 열정은 사라지고, 낙인 찍히지 않는 수준으로 겨우 연명하면서 살게 된다는 이야기 인데요, 이에 대해 책의 첫구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모두 실패한다. 너무나 많은 아이들에게 이 실패는 불을 보듯 뻔하고 절대적이다. 미국의 경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 중 40%는 졸업을 하지 못한다. 대학에서도 역시 세명중 한명은 낙오한다. 나머지 아이들도 학교를 졸업했다 뿐이지 사실은 실패한다.......(중략) .... 이보다 훨씬 더 본질적인 의미에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실패한다. 소수의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을 자기가 가지고 태어났고 두세살 무렵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썼던 그 엄청난 학습 능력, 이해력, 창조력의 극히 일부도 개발하지 못하고 만다.(p.6)"


사실, 교육에 대한 통찰력있는 책들을 읽다 보면 근대적 학교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유인 즉슨, 교육이란 것이 개인의 타고난 역량을 최대한 키워내고 발현시킬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고 했을 때, 일정한 인간군(그 시대와 환경, 국가적 상황에 따라 다른)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의 은밀한 목적은 사실상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발굴해 내고 키워줄 것이며, 부모를 대신해 사랑하는 내 아이의 '교육'을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이들에게, 이같은 말은 청천벽력과도 같겠지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그러한 학교의 태생적 한계뿐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 학교에서의 규칙, 선생님의 존재라는 것 자체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영혼과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지난 반년동안 내가 가장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수업시간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교사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p.42)... 교실이란 결국 교사가 아무리 재미있고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해도 아이들에게는 그럴 수만 있다면 도망치고 싶은 지루하고 혼란스럽고 위험한 장소(p.43)... 교실에서 교사란 깜깜한 밤중에 강력한 전등을 들고 숲속에 들어간 사람과 같다. 그가 전등을 어디로 돌리든 불빛에 비춰진 존재는 그 순간 불빛을 깨닫고 더이상 어둠 속에서 하던 행동을 하지 않는다. 어디로 불빛을 돌리든 그는 어둠속에서 이루어지는 숲속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없다.(p.44)"


물론 학교와 아이들이 이처럼 궁합이 맞지 않는 이유를 그는 '아이들 없는 학교', '아이들 없는 선생님'에게서도 찾고 있습니다.


"실습을 나온 교생들은 한 교실에서 오랜 시간 머문다. 하지만 교생들은 자신들이 교실에 있는 이유는 가르치는 방법, 즉 수업의 대가를 관찰함으로써 아이들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생의 관심은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보다는 아이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데 쏠려있다. 교생들을 교사를 관찰하고 교사가 보는 것만을 보기 때문에 가치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p.45)"


"단지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점검하기 위해서만 아이들을 관찰한다면,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사실들을 모두 놓쳐버리고 말것이다.  이런 이유때문에 여러해 동안 아이들을 경험해 온 수많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진짜 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p.46)"


물론 존 홀트 자신이 교사였기 때문에 학교라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전제된 것이지, 알고보면 아이들에게 두려움과 혼란을 야기시키는 존재는 선생님 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끝갈데 모르는 어른들의 희망을 충족시켜야만 한다는 어두운 그림자를 검은 구름처럼 지고 살며, 결국 이러한 부담감은 본연의 호기심과 충만과는 거리가 먼, 그지없이 옹색하고 방어적인 전략들로 삶의 태도를 바꿔버린다는 것이지요.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 것, 상대방으로 하여금 먼저 정답을 말하게 하는 적절한 제스츄어 등을 아이들은 완벽하게 구사할줄 알더라는 오랜 교사생활속에서의 관찰을 이야기 하면서요.


"모범적인 학생들은 자기들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정확한 대답을 하고 정확한 수다를 떨 줄 안다..(p.41)"


물론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단순히 학교와 아이들의 내밀한 심리전만은 아닙니다. 오랜시간 교사로써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가, 아이들에게 있어 배움이란 어떤 방식으로 일어나는가, 또한 그래서 학교는 어떠해야 하며, 선생님은 또 어떠해야 하는가 까지 저자는 놀라울 정도의 깊이있는 고민과 통찰을 보여줍니다. 


"나는 여러해 동안 아이들은 '왜' 우리가 가르치는 걸 배우지 않는지 자문했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써왔다. 내가 속을 끓이고 끓여서 얻어낸 해답은것이다. 그건 우리가 가르치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아이들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통제하려 들기 때문이다..(p.259)" 


"교사들은 아이들이 배움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며, 배움을 고통스럽게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에, 수업을 '재미있게'만들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런 재미있는 수업은 배움의 상황을 복잡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들며, 때로는 잡음이 너무 많아 신호음이 묻혀버리는 경우도 발생시킨다..(p.279)"


등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구절이었음을 기억합니다. 아이들에 대한 진지한 사랑과 관심, 그로 인해 새롭게 보여진 측면들이 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까지 연결되는 동안, 저자는 줄곧 세심한 관찰자의 자세를 잃지 않습니다. 사실 요즈음의 많은 신세대 엄마아빠들은 자신들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사진이면 사진, 기록이면 기록, 많은 것을 남기고 싶어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육아일기를 쓰고, 또 어떤 사람들은 블로그를 운영하기도 하면서요.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공감하듯, 오랜시간 아이들의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요. 얼마나 어려우면 세상에서 그 아이를 가장 사랑한다는 엄마 아빠조차 그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까요? ㅎㅎㅎ^^;;;


그러나, 홀트는 부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깊이 있는 시선을 수십년 동안 유지, 관찰하고 기록한 것들을 글로 남겨왔다는 점에서 정말 감동입니다. 아마 읽으면서 많은 부분 "아, 마자! 나도 아이 키우면서 그런 생각 든 적이 있었어!"라며 무릎을 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록하지 못하였고, 홀트 선생님은 기록을 하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지요. 그 덕에 우리는 그저 한순간 스쳐지나가는 생각으로 끝날 뻔한 것들을 다시 한번 부여잡고 아이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말 감사한 노릇이지요. 


여하튼, 존 홀트의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 단지 실패의 원인을 파헤치는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이상을 함께 이야기 하였다는 점에서, 우리 부모님들이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다소 따분하고 지루한 듯 보일 수 있지만, 앞서 말씀드린 데로 저자의 끈질긴 노력과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기억한다면,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보다 소중하고 가치있게 느껴질 것입니다. 부디 이 책과 만나셔서 좋은 인연 맺으시길....




     제목: 아이들은 왜 실패하는가

     저자: 존 홀트

     출판사: 아침이슬

     가격: 12,000원





2015.6.15 우숨터하우스로부터..











Comment '4'
  • ?
    현정 2015.06.16 00:21

    지금 생각하면 진짜 문제는 내가 너무 많은 질문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질문을 멈추고 입을 다무는 법, 즉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멈추는 법을 배웠다. 학생들 자신이 질문할 시점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아이들은 뭘 묻고 싶은지 찾는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이해력을 계속해서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은 교사의 임무가 아니다. 그것은 학생자신의 임무이고 그들만이 그것을 할 수 있다. 교사가 할 일은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해주고ㅡ 도움을 요청하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이 무엇을 이해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래야 그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들의 이해 정도를 테스트 받는 것도 다른 종류의 학교 시험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테스트는 아이들을 더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p.52


    배운 것도 몰라? 아직도 그걸 몰라? 이런 마음이 수시로 올라올 때가 있었다. 이런 마음이 올라오면 화도 난다. 그 화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고 안타까운 마음에,,화를 낸다. 

    그저 몰라서 물어보면 한번 더 알려주면 되는 것을....배우면 당연히 알아야한다는 그 마음때문에 화가 난다. 그럼 나는 배우면 다 아나? 종종 학원 학부모에게서 배웠는데 왜 모르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그말이 듣기 싫어 가르쳐주고 질문해서 제대로 배웠는지 확인해서 내보여주어야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힌다. 배우면 알아야한다는 학부모와 그런 학부모에게 책잡히기 싫은 교사의 합동작품으로 아이는 배움에서 뒷걸음을 친다는 것을 지금에라도 알았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난 참 운이 좋다.날 더 어리석지 않게 도와줄 아이가 있어서..그리고 사람들이 있어서. 

  • ?
    관리자 2015.06.16 00:32
    우리가 많이 빠지는 수렁 중 하나죠. 아이들의 이해정도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 그래야 더 잘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욕망이야 말로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것이 아닌지.. 아이가 약자이기에 가능했던 우리의 무례함중 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면 우리는 어떤 어른에게도 이와 같은 태도로 행동하지 않으니까요..

    첫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
  • ?
    Fermata 2015.06.26 22:41

    밑줄 그으며 읽었던 몇몇 구절들:


    성공과 실패를 분명히 가르는 경계선은 없다. 이런 단어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어떤 일을 할때도 잘 해내고 못해내고에 대한 이해를 심각하게 왜곡시킨다. 이제 막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내 다섯 살짜리 꼬마 친구 비타처럼 자기가 할 일에 뛰어든 아이들은 성공과 실패의 관점이 아니라 노력과 모험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한다. 성공과 실패의 날카로운 경계선은 오직 어른들을 만족시키는 게 중요할 때만 나타난다. p.84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것에 강한 확신을 가지고 조리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는(거의 모든 어린아이들은 이 기회를 박탈당한다.)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걸 어떻게 아는지 말해보라고 요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아이들이 실제로 뭘 알고 있는지 알아내는 가장 쉬운 길은(너무 쉽다고는 못하겠다.) 아이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하고 있을 때 그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다. p. 206

    미래에 어떤 지식이 가장 필요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그것을 가르치려 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대신에 우리는 배우는 것을 너무 좋아하고 너무 잘 배우기 때문에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 건 언제든,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내려고 노력해야한다. 어떤 경우든 한 가지 지식이 다른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아니면 흔히 말하듯이 학교에 관한 한 어떤 지식은 필수적이고 그 나머지는 가치가 없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 중략 ... 분명한 것은 배움이 전부가 아닌 것은 물론이며, 모든 배움은 다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p.330-331

  • ?
    메이 2015.07.14 18:06

    p.130 완전히 실패한 것 같은 상황에서도 아기는 너무도 의연했다. 아기는 계속 나아갈 뿐 조금도 꺾이는 법이 없었다. 아마도 자연이 주는 벌 말고는 실패에 따르는 벌칙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는 수치스러운 것, 창피한 것, 또는 죄라고 느끼도록 교육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기는 쉽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아기는 경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고 삶을 만끽했다.
    나의 육아법이 옳은지 그른지 전전긍긍하였다. 또 무엇을 시작하기 전에 틀리거나 한심한 얘기를 하진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과, 삶을 그저 느끼며 살아가도 되고 비난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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